엄마가 된 이후 서글픈 것 중 하나가 영화를 못 보고 산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영화를 좋아해서 대부분의 영화를 보고 살았었는데, 엄마가 된 후 영화를 본다는 것은 사치였습니다.
엄마라는 이름은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데, 영화도 그 중 하나였습니다.
언젠가 한번은 아이를 잠깐 어디에 맡겨두고 영화를 본 적이 있었는데, 영화를 보는 내내 맘이 편치 않아 영화를 제대로 즐길 수도 없었습니다. 그날 우연인지 공교롭게 앞자리에도 아이 엄마가 있었는데, 그 분은 아기가 너무 어려서인지 아기를 데려와 아기 젖을 먹이며 영화를 보고있었습니다.
아기가 칭얼대려고 하면 뒤 편에 서서 아이를 달래가며 영화를 보더랬죠. 그 여성분을 보는 사람들의 눈총은 그 어두운 극장에서도 너무 따갑게 느껴졌습니다. 어둠 속이었지만 그 눈총은 '뭐 저렇게까지 하면서 영화를 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 여성분은 눈총을 느끼며 눈치보며 아이를 달랬습니다.
'저 분도 나처럼 얼마나 영화를 보고 싶었으면, 저렇게 아기를 데려와 젖을 먹이며 볼까'라는 생각이 들어 제가 울컥했습니다.
엄마도 한 때는 개봉 영화를 다 보고 다니던 사람이었을 뿐인데 말입니다.
눈총을 주는 사람들에게 이렇게도 말하고 싶었죠.
'너무 그렇게 바라보지 말아요. 저 분도 편하게 혼자 몸으로 오고 싶었을 거에요.
다 늘어진 수유 티셔츠가 아닌 예쁜 옷 입고 오고 싶었을 거에요.
아이 업고 있어야할 생각에 신고온 운동화가 아닌 예쁜 힐을 신고 오고 싶었을 거에요.
아기 물건이 잔뜩 들어있을 커다란 귀저기 가방이 아닌 손바닥만한 작은 핸드백을 들고 오고 싶었을 거에요.
아기 젖 물리며 진 땀 닦는 대신, 우아하게 팝콘과 콜라를 먹고 싶었을 거에요.
당신들이 알기나 합니까? 당신들이 누리는 아무것도 아닌 소소한 일상 2시간이 엄마들에게는 이렇게 해야만 겨우 가질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엄마도 영화는 보고싶습니다.
저는 그 분처럼 아기를 데려올 엄두도 안 났고, 아이를 맡겨놓고 영화를 봐도 마음이 편치 않아서 몇 년동안은 포기했었습니다.
이제 우리 아이들은 초등학생이 되었고, 이제 10년 넘게 못했던 것들을 하나 둘씩 저 자신에게 해주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요즘 주말이 되면 아이들 모두 재워놓고 심야 영화를 보는데, 뭐 힐링이란게 대단한 것이 아닙니다.
영화 한 편 보는 자유시간을 나 자신에게 선사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기쁜 선물이고, 힐링이 되는지 모릅니다.
아이 키우면서 힘들어진 마음은 완전히 방전되기 전에 꼭 충전이 필요합니다.
시도해보세요! 당신 자신에게 영화 한 편 선물해보세요.
그런 자유시간의 행복을 만끽하고 나면 아이들이 더 사랑스럽게 보이는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거에요.
지난 주말 [PMC 피엠씨:더벙커]를 보았습니다.
하정우, 이선균 주연, 김병우 감독
러닝타임 124분
PMC는 글로벌 군사기업인데 하정우는 바로 이 블랙리저드의 캡틴 역할이었습니다. 미국 불법체류자 12인으로 이루어진 이 팀이 미국 대선 지지율을 높이고자 CIA로부터 의뢰를 받습니다. 이 작전이 DMZ 지하 벙커에서 진행됩니다. 작전을 수행하려는 도중 현상금이 걸린 북한의 인사 킹을 발견하게 되고, 현상금을 노린 하정우는 작전을 변경하여, 킹을 잡기로 합니다.
킹을 잡는 데는 성공하였으나, 북한을 흡수하려는 중국에서 용병을 보내어 본격적인 총격전이 시작됩니다. 블랙리저드 요원은 한 두명씩 죽게 되고, 킹을 살려야만 현상금을 받을 수 있는 하정우는 서로의 이해 관계로 인하여 북한 의사 이선균과 서로를 돕게 됩니다.
미국 대선, 권력, 돈, 북한, 중국, 하정우의 과거,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복잡하게 얽혀 시나리오가 진행돼갔고, 끝없는 총격전 사운드, 흔들리듯 촬영한 영상까지... 솔직히 너무 정신 없고 시나리오가 머리 속에 확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우리나라 영화지만, 대부분의 대사가 영어로 이루어져 외국 액션 영화에 우리 나라 배우가 투입된 것같은 느낌도 들었습니다. 또한 마치 FPS 게임 영상을 보는 듯한 촬영법은 새로웠습니다.
결론적으로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평가는 하정우 배우의 자연스러운 영어 대사와 연기력을 보기에는 충분했다는 생각입니다. 영화는 나쁘지 않았으나 '꼭 보라'고 추천해줄 정도는 아니라는 정도입니다.
엄마도 엄마이기 이전에 영화 광이었습니다.
아이가 많이 어릴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아이가 커감에 따라 조금씩 자신의 모습을 되찾으세요.
자신의 시간을 확보하고 재충전하세요.
그 힘으로 더욱 아이를, 주변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고 사랑을 베풀 힘이 생깁니다.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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