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이 교육, 학습

아이 방학 계획, 어떻게 세워야할까요?

 아이들 겨울 방학이 시작됐습니다.

 방학이 되면 아이들이 방학 기간동안 어떤 것을 할지, 하루의 시간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계획을 세우실텐데, 계획을 세워보셨나요?


 우리가 어릴 때, 방학이 되면 방학식 전날 즈음해서 으레 학교에서 '방학 생활 계획표'를 그렸습니다. 

 동그랗게 그려서 그 안에 시계모양처럼 하루 24시간을 그려넣고, 일관되게 '잠자기, 일어나기, 밥먹기, 숙제하기' 등을 그려넣었었죠. 모범 답안이 있는 것처럼 저마다 비슷비슷하게 계획표를 짰지만, 과연 이것을 하루라도 잘 지키는 학생이 있었을까요? 




  계획을 스스로 짜고, 그것을 지키며 시간 분배와 일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 공부할 때는 물론이고, 사회 생활할 때도 참 중요한 것같습니다. 

 

 그래서 일관된 모범답안같은, 지켜지지도 않을 계획표 대신 아이 각자 생각을 담은 계획을 짜보았어요. 

 이것이 설령 방학동안 매일 지켜지지 않을 계획이라고 해도,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고, 스스로 왜 계획을 짜야하는지에 대해서 알게되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보면 스스로 삶에 대한 장기 적인 계획부터 단기적인 계획을 생각하는 능력이 생길 것이고, 한 달, 한 주, 하루, 한 시간을 어떻게 사용해야할지 스스로 고민해서 정해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의 방학 계획을 짜기 전에 먼저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았어요. 간식을 먹으면서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말에요.

 아이들과 나눴던 대화들이 막상 계획표에는 완전히 녹아들지는 않았어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생각을 함축해서 나타내는 것이 쉽지는 않지요. 그렇지만 아이들의 머리 속에, 마음 속에는 남았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눴던 대화들을 짧막하게 보여드릴게요. 




엄마: 이제 겨울 방학이야. 우리에게 주어진 방학이란 시간은 모두 똑같아. 

       하지만 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많이 달라질 수도 있어. 

       그래서 이 방학을 계획을 세우고 알차게 보내자. 

       그런데 먼저 생각해봤으면 좋겠어. 채율이는 삶의 목적이 뭐야? 


채율: 목적? 나는 로봇박사. 


엄마: 아니, 목표 말고, 목적. 어떻게 살고싶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 무엇을 위해서 살고싶어? 


채율: 엄마랑 시율이랑 행복하게 살고 싶어.


엄마: 그렇구나. 그게 채율이의 삶의 목적이야.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할까?


채율: 공부를 열심히 해야해. 


엄마: 왜? 공부를 열심히 하면 행복하게 살 수 있어?


채율: 그래야 로봇박사가 될 수 있잖아. 그래야 돈도 벌고...




엄마: 맞아. 로봇박사가 되려면 공부를 열심히 하고 노력해야하지. 

       그런데 로봇박사가 왜 되고 싶은데?


채율: 세상이 점점 자동화되어가니까, 나중에는 많은 일을 로봇이 하잖아. 그래서 다른 직장은 많이 없어질 수도 있잖아.

       그래서 나는 로봇박사가 되고 싶어.


엄마: 아~ 맞는 얘기야. 우리 채율이가 직업의 전망에 대해서 고민해봤구나. 그래서 로봇박사가 되고 싶구나.

        정말 좋은 생각이다. 

        우리가 어느 정도의 돈은 꼭 있어야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고, 또 남에게도 베풀면서 살 수 있기 때문에 

        행복해지려면 돈이 필요해. 하지만 돈만 있다고 해서 행복한 게 아니라는 것은 알지?         

        어렵고 불편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좋은 로봇을 만들면 채율이 마음이 더 행복해질 수 있겠다.


        로봇박사가 되려면 아까 채율이가 말한 것처럼 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고 생각했지?

        공부를 열심히 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채율: 건강해야 해. 그리고 잘 먹어야 하고.


엄마: 맞아. 몸이 약하고 아프면 공부를 하고싶어도 열심히 하기가 힘들겠다. 

       방학동안은 어떤 목표를 세워서 하루하루를 보내야할까? 채율이가 자유롭게 목적과 목표를 종이에 써볼래? 


 



 방향을 잘 유도해서 질문을 던져보면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대답을 하는데, 때로는 어른들의 생각만큼이나 아이 스스로 고민이나 생각을 했구나싶기도 합니다. 생각보다 진지한 대화도 잘 통한답니다.

한참의 이야기가 끝난 후 진지한 모습으로 계획표를 작성합니다.




      






엄마: 시율이는 어떻게 살고 싶어? 삶의 목적이 뭐야?


시율: 나는 엄마랑 형이랑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고 싶어. 


엄마: 어떤게 행복하게 사는거야?


시율: 맛있는 것도 먹고, 좋은 데 여행도 가고 그런 것.


엄마: 맞아. 행복이 별게 아니야. 

       먹고 싶은 거 맛있는 거 먹고, 좋은 데 여행도 가고 그렇게 여유롭게 사는 것 참 행복한 일이야. 

       그런데 그렇게 여유있게 여행도 가고 맛있는 것도 먹으려면 어떻게 살아야할까?


시율: 돈이 있어야지.




엄마: 맞다. 돈이 하나도 없으면 그런 일을 할 수 없겠다. 그럼 무엇을 해서 돈을 벌고 싶어?

       돈은 나쁜 짓 해서도 벌 수 있고, 정당하지 못하게 다른 사람 제치고 내가 벌 수도 있는데 그래도 될까?


시율: 아니. 그건 나쁜 거잖아. 


엄마: 맞아. 우리는 분명히 살아가는 데 있어서 돈이 필요해. 

       그렇지만 돈만을 위해서 나쁜 짓으로 돈을 벌거나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면서 돈을 버는 것은 결국 너의 마음이 

       행복하지 못해. 그럼 시율이는 어떤 직업을 선택하고 싶어?


시율: 나는 체육선생님.


엄마: 왜? 


시율: 돈도 벌 수 있지만, 아이들을 가르쳐줄 수 있잖아. 혼내지 않고 친절하게 가르쳐줄거야.


엄마: 와~ 훌륭한 생각이다. 

       누군가를 가르쳐주고, 더구나 혼내지 않고 친절하게 가르쳐주는 일이라니, 그 일을 하면 시율이도 행복하겠구나. 




시율: 나도 종이에 써?


엄마: 그래. 그것을 위해서 이번 방학동안에 어떻게 보내고싶은지 적어보자.

       


 눈치 빠른 둘째 아이는 형이 하는 것을 보고 색깔 펜을 꺼내듭니다. 아직 1학년이라서 낙서하듯 그리고 싶은 그림을 마구 그려놓았지만, 이런 커다란 목적과 방향을 알고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는 것에 만족합니다. 




 개구쟁이 둘째 아이는 삼천포로 살짝 빠졌지만, 어떻습니까? 스스로 자유롭게 표현했다는 것이 중요하지요. 인정해줍니다. 





 종이에 나타난 방학 계획은 '숙제 꾸준히 하기' 한 줄 뿐이었지만, '왜, 지금 당장 이 방학에 놀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숙제를 꾸준히 해야하는지'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엄마와 대화를 나눈 시간은 가치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아이가 서툴러도, 느려도, 지금 당장 눈에 보이는 아웃풋이 없어도 좀 더 바른 방향으로 성장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1등이 아니면 어떻습니다. 내 아이가 영재가 아니면 어떻습니까. 

 날마다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성정해가는 것이 기특하고 예쁜 것이지요.

 내 품에 내 아이로 살아가는 동안, 나에게 안겨주는 행복감만으로도 귀한 선물인 것이지요.

 응원합니다. 



2019/01/02 - [아이 교육, 학습] - 목적, 목표, 꿈, 진로, 장래희망... 자소서에서도 중요한 핵심은?